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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올림푸스 PEN-F 리뷰!

[리뷰] 올림푸스 펜 F

올림푸스 펜(PEN) 시리즈는 같은 이름의 필름 카메라를 본뜬 외형에 사용법이 쉬운 고화질 카메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림푸스 펜 F는 전체를 금속 재질로 만들어 한층 필름카메라스러운 클래식한 외관에 사진 애호가들이 원하는 다양한 필름 모드를 채용한 프리미엄 버전이다.


	올림푸스 펜 F

카메라 본체만 약 400g쯤 되는데 한 손에 쥐면 꽤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진다. 전체가 금속 재질로 가죽 소재를 덧붙여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고급스럽게 재현했다. 버튼과 다이얼의 조작감은 정밀 가공된 기계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제공한다. 모드 다이얼과 노출 다이얼 그리고 카메라 앞뒤에 하나씩 있는 커맨드 다이얼의 감촉과 조작감은 그간 잡아본 디지털 카메라 중 최상급이다.


	올림푸스 펜 F
	크리에이터를 위한 올림푸스 카메라의 해답

하지만 UI 전체를 놓고 볼 때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부분 A/S/P/M로 구성된 모드 다이얼을 중심으로 나머지를 자동으로 촬영하거나, 조리게/셔터속도/노출/ISO 다이얼을 중심으로 수동으로 촬영하는 방식이다. 펜 F 이전의 펜 시리즈 역시 모드 다이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올림푸스 카메라의 해답

펜 F는 이와 달리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엄지손가락이 가장 잘 닿는 부분에 달려있는 레버는 크리에이티브 설정을 변경하는 기능만 제공한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타사 카메라의 경우 여러 기능 중 하나로 제공하지 아예 중심 기능으로 설계하진 않았다. 그만큼 크리에이티브 기능이 펜 F의 핵심이란 뜻이다. 

카메라 전면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은 모노크롬 프로파일 컨트롤, 컬러 프로파일 컨트롤, 컬러 크리에이터, 아트 필터까지 4가지 기능을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 후 모드 다이얼 아래 레버를 눌러 각 프로파일과 필터 종류를 변경하면 된다.


	17mm  f/3.5  1/80sec  ISO500  멀티측광  원본크롭. 모노크롬 프로파일 컨트롤을 활용하면 일반 흑백모드보다 대비가 강렬한 흑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7mm f/3.5 1/80sec ISO500 멀티측광 원본크롭. 모노크롬 프로파일 컨트롤을 활용하면 일반 흑백모드보다 대비가 강렬한 흑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올림푸스가 펜 F를 출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새로 탑재한 모노크롬 모드다. 이전에도 흑백모드는 지원했지만, 새로운 모노크롬 모드는 필름만이 구현 가능한 진득한 감성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음영의 강도는 물론 필름 입자의 양까지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후지필름 X-Pro2에도 새로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인 아크로스(ACROS)가 탑재되었다. 마찬가지로 흑백 필름 감성이 특징으로 노이즈를 추가할 수 있다. 카메라 회사들(거의가 일본 회사지만)의 기술 경쟁이 외형에서 필름 감성의 재현이란 무대로 옮겨간 것을 알 수 있다.


	17mm  f/2.0  1/125sec  ISO 200  멀티측광. 컬러 프로파일을 활용해 더욱 진득한 색감을 얻어낼 수 있다.
17mm f/2.0 1/125sec ISO 200 멀티측광. 컬러 프로파일을 활용해 더욱 진득한 색감을 얻어낼 수 있다.

올림푸스 카메라의 장점이라면 군더더기 없는, 그야말로 손댈 곳 하나 없는 디지털 감성이다. 펜 F에서만큼은 필름감성을 구현하고 싶었다지만, 기자가 느끼기에 칼같이 떨어지는 선예도와 어떤 상황에서도 RGB에 빈틈하나 느껴지지 않는 완벽함은 필름보다는 디지털에 가깝다. 2천만 화소 4/3 라이브 MOS 센서와 바디 내장 5축 손떨림 보정 시스템은 그야말로 빈틈없이 작동한다. 올림푸스를 쓰는 이유는 날선 신뢰도란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올림푸스 카메라의 해답

35mm 풀프레임 환산 표준화각인 17mm 렌즈와의 궁합은 정말 만족스럽다. 렌즈를 결합하고도 재킷 주머니에 그대로 들어가는 휴대성은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야하는 직업상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다. 어느 브랜드와 견주어도 최고 수준인 배터리 효율성은 특히 인상적인 부분. 추운 날씨에 하루 종일 수백 장이 넘게 촬영해도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다.

236만 화소 OLED를 채용한 EVF는 전자식이라는 이질감이 들지 않을 만큼 눈앞에 피사체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주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가 변해 DSLR 카메라의 광학식 뷰파인더 보다 실내 촬영은 더 편리했다. 촬영하는 동안 지연현상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올림푸스 카메라의 해답
	크리에이터를 위한 올림푸스 카메라의 해답

360도 돌아가는 104만 화소 3인치 스위블 모니터는 터치 패널을 장착해 터치로 가능한 거의 모든 기능을 지원한다. 터치 셔터, 터치 확대, AF 영역 크기 조절을 비롯해, 재생 화면과 동영상 촬영 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 무척 편리하다. 모니터를 완전히 뒤집어 접을 수 있어 카메라 디자인에 일체감을 더한 건 작지만 펜 F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망원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10에 8번은 잡아내는 AF 성능은 최고 수준이다.
10연사 중 원본크롭. 망원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10에 8번은 잡아내는 AF 성능은 신뢰도가 높다.

AF는 펜 F의 또 다른 장점이다. 하이스피드 이미저 AF라는 이름의 시스템은 아주 정교하고 빠르게 AF를 잡아낸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MF가 필요하지 않다. 800개 이상의 AF 포인트, 81개 영역 다중 AF, 얼굴 우선 AF, 눈동자 검출 AF 등 가능한 모든 기능을 지원한다. 풀타임 AF와 10연사를 이용하면 빠르게 날아가는 새도 쉽게 잡아낼 수 있다.


	17mm  f/5.0  1/320sec  ISO200  멀티측광. 4/3인치 Live MOS 센서의 계조와 선예도는 최고 수준이다.
17mm f/5.0 1/320sec ISO200 멀티측광. 4/3인치 Live MOS 센서의 계조와 선예도는 최고 수준이다.

	17mm  f/5.0  1/250sec  ISO200  멀티측광. 화각뿐만 아니라 심도도 두 배 수준에 달하는 것은 포서드규격 카메라의 특징이다.
17mm f/5.0 1/250sec ISO200 멀티측광. 화각뿐만 아니라 심도도 두 배 수준에 달하는 것은 포서드규격 카메라의 특징이다.
	17mm  f/3.5  1/80sec  ISO1250  멀티측광.
17mm f/3.5 1/80sec ISO1250 멀티측광.

필름 감성 재현을 위해 S-AF+MF 모드나 MF 모드 시 포커스 링을 돌리면 라이브 뷰 이미지가 확대되거나 포커스 피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EVF를 사용하면서 굳이 MF를 써야할 이유를 찾긴 어려웠고,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하이엔드급 완성도와 성능, 새로운 필름감성 등 펜 F는 펜 시리즈의 플래그십으로서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디자인과 조작감 모두 특정 사용자층을 겨냥해서인지 어딘가 어색하다. 그렇지 않아도 까다로운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렌즈를 포함하면 2백만 원에 가까운 가격도 걸림돌이다. 

카메라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감수성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긴 요원해 보인다. 펜 시리즈를 좋아했거나, 클래식한 감성의 카메라를 찾고 있다면 꼭 매장에서 실물을 만져보고 구매하길 권한다.



<출처 링크>
http://revie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1/20160411018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