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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X-PRO2!

[리뷰] 후지필름 X-Pro2

후지필름 X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 X-Pro는 디지털이면서 RF 카메라의 구동 방식을 고스란히 재현한 특별한 미러리스 카메라였다. 광학식과 전자식을 동시에 구현 가능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DSLR의 광학식 뷰파인더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카메라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후 X100 시리즈에 채용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X-Pro2는 거의 4년 만에 출시된 X-Pro 시리즈의 최신 모델로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RF 카메라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과 UI는 그대로 따르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통해서 조작감이 향상됐고 성능은 아예 다른 모델이라고 봐도 될 만큼 좋아졌다. 특히 후지필름 최초로 2천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한 차원 진화한 화질과 AF 성능을 갖췄다.

	사진 작가들과 함께 만든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후지필름은 X-Pro2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주 타깃인 프로 사진가와 사진 애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이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성능의 최신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에 본인들의 개성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카메라를 원했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우면 휴대성은 좋겠지만, 손에 들고 찍는 ‘맛’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일부 사용자는 아예 전자식 뷰파인더(EVF)나 LCD 창을 꺼 놓고 광학식으로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타일과 개성이 확고한 프로 사진사는 카메라가 제공하는 편리한 ‘미리보기’ 기능보다는 자신의 감성이 완전히 표현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간섭(이 경우에는 기기가 제공하는 미리보기 기능)을 최대한 배제하길 원한다. 렌즈와 다이얼 등 카메라 외부에 표시된 정보만으로 어떤 사진을 촬영하게 될지 알 수 있는 후지 X 시리즈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최고의 칼을 만드는 장인의 무거운 망치 같은 카메라

	사진 작가들과 함께 만든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한 단단하고 묵직한 외관은 ‘클래식’하다는 의미에 가장 근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신 디지털 제품이 작고 가벼워지는 데 반해 X-Pro2는 무게까지도 예전 느낌 그대로다. 이전보다 크고 깊어진 그립은 한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기에 안정적이다. 오른손 엄지를 거치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로 넓어졌다. 하지만 DSLR 카메라처럼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그립이 크거나 소형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본체가 작지 않아서 엄지손가락을 떼고 버튼을 조작하면 그립이 불안해 진다. 16-55mm f2.8 렌즈처럼 크기가 큰 렌즈를 사용하면 두 손 모두가 필요하다.

	사진 작가들과 함께 만든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Pro, X-1 등 기존 후지 X 시리즈는 모두 왼쪽과 오른쪽에 다이얼을 분산 배치해 균형감을 살렸다. Pro2는 기존 틀을 완전히 깨고 모든 버튼과 다이얼을 오른쪽에 집중 배치했다. 한 손으로 조작하기 쉽게 만든 것인데 이는 호불호가 있다. 다양한 기능을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Q 버튼은 눈을 떼지 않고 누르기 어렵게 되었다. 대신 AEL, AFL 버튼을 나눠 배치해 보다 전문적인 촬영이 가능하게 했다. 속도보다는 빛과 어둠을 세밀하게 이용하면서 한 장씩 공을 들여 촬영하는 이에게 유리한 포석이다.

	사진 작가들과 함께 만든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새로이 도입한 조그 버튼은 활용도가 뛰어나다. LCD가 여전히 터치패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확대한 후 자세히 살펴보기 불편한데, 조그 버튼을 이용하면 불편함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메뉴간 이동이나 AF 포인트 이동 시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LCD는 Pro2가 최신 트렌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밝고 선명하며 색감이 명확해서 별도 모니터 없이도 사진 리뷰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터치 기능은커녕 그 흔한 틸트나 360도 스위블(회전)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 틸트나 스위블 기능은 이미 두꺼운 카메라를 더 두껍게 만든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은 것이다. 뷰파인더를 보며 찍는 카메라. 그게 바로 Pro2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카메라가 아닌 자신의 눈과 손으로 찍는 사진

	사진 작가들과 함께 만든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약 한 달간 Pro2를 사용해 보니 RF 방식의 장단점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광학식 뷰파인더만을 이용해 촬영하면 카메라에 의존할 수 없어 찍는 이의 실력과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사진이 실패할 확률도 있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카메라에 기대지 않게 된다. 필자의 경우엔 자동 기능에 덜 의지하게 된다는 게 정확하겠다.

RF 방식이다 보니 사용하는 렌즈에 따라 초점이 맞는 곳이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다. 메뉴 설정을 통해 초점과 촬영 영역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긴 하지만 낯선 구도에 적응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근접 촬영이나 실내 촬영 시 전자식 뷰파인더가 훨씬 유용한 경우도 많았다. 스트로브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광학식보다 전자식이 편하기도 했다. 대신 야외나 지속광에서의 인물 촬영 시 만들어지는 프로필은 X100S, X100T를 사용할 때처럼 기대 이상이었다.


	후지필름 X-Pro2 샘플사진
23mm f8 1/350sec ISO200 평균측광.

	후지필름 X-Pro2 샘플사진
23mm f/2.5 1/80sec ISO800 평균측광.

새로운 2천만 화소 X-Trans CMOS 센서는 전반적으로 달라진 톤, 달라진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낸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색감이 한층 진득해 졌다고 할까. 색감뿐 아니라 명암의 차이도 깊어져 더 생동감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후지필름뿐 아니라 올림푸스, 라이카 등 최신 디지털카메라들의 경향이 '과거로의 회귀'라는 점은 확연해 보인다. 그 중심에는 흑백사진이 있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만으로 만들어지는 사진은 다채롭고 화려한 색상으론 재현할 수 없는 감성이 녹아있다. 하지만 흑백모드라고 다 같은 흑백이 아니다. 각 브랜드별로 구현할 수 있는 농담의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 진한 검정과 새하얀 흰색뿐 아니라 밝기에 따른 다양한 톤의 흑백이 존재한다. 

	23mm  f/11  1/85sec  ISO250  평균측광.
23mm f/11 1/85sec ISO250 평균측광.

	후지필름 X-Pro2 샘플사진
23mm f/5.6 1/250sec ISO250 평균측광.

후지필름의 새로운 흑백모드 아크로스(ACROS)는 이 점에 집중했다. 평범한 한 낯의 일상을 드라마로 만들어 버리는 흑백모드로 기존의 B&W 모드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관계자의 설명을 빌리자면 필름 시절의 흑백모드를 제대로 재현해 놓은 모드다. 역시나 다른 카메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후지필름만의 특징이다. 


	후지필름 X-Pro2 샘플사진
23mm f/5.6 1/680 ISO250 평균측광.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클래식한 외관, 새로운 흑백모드 등을 제쳐놓고 봐도 X-Pro2는 많은 면에서 크게 향상됐다. 77개의 AF 포인트는 X 시리즈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한 AF를 제공한다. 셔터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으로 C-AF는 타사 프로급 모델과 비교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메모리 카드 슬롯을 두 개 제공하는 점도 플래그십 모델다운 장점이다. Raw 파일을 기기 내에서 현상할 수 있고, 스마트폰, 태블릿에 최적화된 와이파이(Wi-Fi) 유용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X 시리즈가 집중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동영상 기능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색감이나 계조만 놓고 본다면 최고 수준이다. 단, 촬영 중 ISO를 변경하는 등의 고급 기능은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가격보다는 감성과 개성이 중요한 이에게


	후지 X-Pro2는 방진방습까지 갖추고 있어 하드웨어 성능은 프로 사진사가 요구하는 이상으로 최고 수준이다.
후지 X-Pro2는 방진방습까지 갖추고 있어 하드웨어 성능은 프로 사진사가 요구하는 이상으로 최고 수준이다.

지난봄에 출시된 X-Pro2의 가격은 본체만 198만원으로 출시 당시부터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A7 II을 100만 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 APS-C 규격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고가를 기록한 탓이다. 이미지 센서 크기만으로 카메라의 좋고 나쁨을 가를 순 없지만, 같은 후지필름 X 시리즈 X-E2s와 비교해도 카메라 애호가가 아닌 일반적인 기록이나 취미 용도로 구매를 고려하는 경우에 추천할 만한 모델은 아니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단골 지적 사항인 배터리 성능은 여전하다. 광학식 뷰파인더만으로 촬영한다면 300컷 이상 촬영도 가능하지만, 전자식 뷰파인더를 사용하고 LCD로 리뷰를 자주 하는 편이라면 200컷 중반이 한계다. 최근 다수의 경쟁사 카메라가 지원하는 USB 충전 방식은 아직이다. 



<출처 링크>
http://revie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10/2016051002802.html